'히든챔피언'의 나라 독일, 뿌리는 R&D 시스템


[4만달러 시대 혁신적 R&D에 달렸다] 독일 경제의 힘, '미텔슈탄트(Mittelstand)'



독일 벤즈하임에 위치한 사너 공장 내부 모습/사진= 정진우 기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자동차를 타고 남쪽으로 1시간 달리면 벤즈하임이란 조용한 시골 마을이 나온다. 이 마을에 들어서면 'SANNER'란 글자가 큼직하게 적힌 건물이 눈에 띈다. 기자가 최근 방문한 플라스틱 용기 제조회사 사너(SANNER) 본사다. 겉보기엔 특별한 게 없었지만, 무려 120년(1894년 설립)에 가까운 장수 기업이다.


공장 안으로 들어가자 수십대 기계들은 쉴 새 없이 작은 플라스틱 병을 찍어냈다. 병원에서 쓰이는 작은 약통이었다. 건강식품을 담는 플라스틱 통도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 회사는 독일 본사(220명)를 비롯해 미국과 중국, 헝가리 등 각 지사(150여 명)에서 연간 20억 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플라스틱 용기와 뚜껑을 제조하고 있다. 사너의 매출은 4200만 유로(623억 원), 순이익은 370만 유로(55억 원)로 탄탄한 회사다. 특허도 수 백 건에 달할 만큼 기술력도 인정받고 있는 이른바 히든챔피언(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우량기업)이다.


120년전 사너가 갖고 있던 코르크 제작 기계/사진= 정진우 기자

공장과 붙어있는 사무동 건물 3층 사장실로 올라가는 계단 한쪽엔 나무를 자르고 다듬어 코르크 마개를 만드는 기계가 놓여 있었다. 이 회사가 오래전엔 코르크 마개를 생산했던 회사라는 걸 암시했다. "지금도 코르크 마개를 만드냐"는 질문에 홀거 프랑크 사너 사장(CEO)은 "1950년대까지 사너는 코르크 제조업체로 독일에서 잘나가는 회사였는데 플라스틱 용기 전문회사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며 "시대가 바뀌면서 우리도 주력 제품을 전환했다. 지금도 새로운 기능을 접목시켜 뚜껑에 방부제가 들어가는 약병 등 신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답했다.


이 회사는 4대째 이어져 오고 있는 가족 기업인데, 프랑크 사장은 전문경영인으로 2008년부터 사장을 맡고 있다. 그에게 120년 동안 장수하는 비결을 묻자, 프랑크 사장은 "기업이 한 가지 기술이라도 전문성을 제대로 갖추고, 한 눈 팔지 않으면 장수할 수 있다"며 "시대의 흐름을 빨리 읽고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무리 기업이 기술을 갖고 인재를 끌어 모은다고 해도, R&D 투자가 없다면 혁신을 이룰수 없다는 얘기다. 프랑크 사장은 "독일 정부와 정치권이 탄탄한 중소기업을 키우기 위해 정책적으로 기업할 수 있는 여건을 잘 만들어줬다"며 "기업들도 끊임없는 R&D투자를 통해 성장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히든챔피언으로 불리는 독일의 강소기업들은 이처럼 틈새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 이는 결국 끊임없는 R&D투자에서 비롯된다. 시장의 변화를 빨리 읽고 대처하는 기민함이 중요한 전략이다. 결국 전세계 히든챔피언 1700여개 중 1300여개가 독일 기업인 이유도 독일 특유의 'R&D주의'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독일은 국가 규모에 비해 대기업이 많지 않다. 독일 경쟁력은 바로 미텔슈탄트(Mittelstand)로 불리는 중소기업에서 나온다. 이들은 전체 기업 수에서 99%, 매출에서 40%, 고용에서 80%를 차지한다. 글로벌 마인드로 중무장한 1300개 히든챔피언이 미텔슈탄트의 핵심이다.


히든챔피언 기업들의 공통점은 불황기에도 R&D 투자를 확대해간다는 점이다. 우수한 인력을 바탕으로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실제 이를 바탕으로 경기침체로 투자가 위축되는 시기일수록 R&D투자를 늘려 위기를 극복하는 기업들이 독일에 많다. 이런 기업들 덕분에 독일은 2010년과 2011년 연속 유로존 평균 대비 두 배에 가까운 성장을 했다. 실업률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수출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총액은 중국에 이어 2위이나 질적 지표인 1인당 수출액과 무역수지 흑자는 압도적인 1위다.


전세계가 경제위기 탓에 휘청거릴때도 독일은 탄탄한 중소·중견기업을 바탕으로 3~4%대의 경쟁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독일은 2005년 앙겔라 메르켈 총리 집권 뒤 재정긴축을 유지하면서도 R&D와 직업훈련, 교육에 대한 투자는 확대해갔다. 이를 통해 숙련된 인력과 높은 기술력을 확보, 유럽의 리더로 변신한 것이다.


이처럼 독일 기업들의 제조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았다. 끊임없는 R&D 투자를 통해 남들이 따라 오지 못할 만큼의 기술력을 축적했다. 무엇보다 남들과 차별화한 핵심 제품을 통해 틈새시장을 공략한 전략은 탄탄한 기업의 근간이 됐다. 제조업에서 서비스와 금융으로 서둘러 무게중심을 이동한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금융위기를 빨리 극복할 수 있었던 배경도 여기에 있다.


R&D를 통한 혁신적인 시스템 역시 제조업 강국 독일을 만들었다. 66개 연구소를 거느린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모든 연구소장을 반드시 교수로 임명한다. 산·학·연 사이에 피가 자연스럽게 선순환하는 구조다. 여기에 R&D투자의 DNA가 숨겨져 있다. 핵심 역량을 키우기 위해 끊임없이 R&D에 나서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관계자는 "독일기업은 기계와 철강 등 주력산업 분야의 산업중심 교육이 꾸준히 이뤄져 숙련된 R&D인력의 80%가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특징이 있다"며 "경기불황에도 감원 대신 근무시간 단축제도를 실시할 수 있는 토대가 됐고,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기술 인력의 유출을 막는 동시에 기술축적과 경쟁력 강화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발췌: http://news.mt.co.kr/mtview.php?no=2013111908381841005&type=1&MS2



http://www.jeongeum.co.kr

      비즈니스 정보실  |  2013.11.2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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